일본 마트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재료로 한국 음식 만들기 -잡채 편-

일본에 거주한 지도 벌써 9년 차. 처음 도일했을 때와 비교하면 요즘은 한국 식재료를 구하기가 쉬워져서 어깨춤이 절로 납니다. 하지만 한국 음식의 모든 재료가 다 일본에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에는 늘 한계가 있는데요. 그래도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산다는 말이 있지요! 이번에는 일본 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드는 한국 음식, 잡채 편을 소개합니다.

식당 잡채

일본 생활을 하며 언어, 문화, 유행 등, 나름 많은 것에 익숙해져 왔는데 입맛만큼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일본 음식을 맛있게 먹다가도 문득 그리워지는 한국 음식 생각에 한 달에 한 번은 꼭 신오쿠보에 가는 제 자신을 보며, 가끔 스스로 ‘뼛속까지 한국인이구나’ 실감합니다.

특히, 한국인의 잔칫상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잡채는 생일이나 명절 때가 되면 계속 생각나고 자꾸 먹고 싶어지는 최애 음식 중 하나지만, 매번 한국 식당에서 사 먹자니 가격은 비싼데 양은 또 적어서 가성비가 참 좋지 않아 포기하고는 합니다. 그러나 사실, 일본 마트에서 판매하는 재료만으로도 충분히 잡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필요한 재료 구입부터 재료 손질, 간 맞추기까지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잡채 만들기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겠습니다.

재료 구하기

일본에도 당면이 있나요?

일본 당면

일본에도 春雨(하루사메)라는 당면이 있습니다만, 잡채용 당면과는 조금 다릅니다. 당면은 본래 녹두, 감자, 고구마 등의 전분을 원료로 하여 만든 국수의 일종인데, 같은 당면이어도 원료가 무엇이냐에 따라 맛과 식감, 칼로리도 달라집니다. 한국의 잡채용 당면은 고구마 전분이 주원료고 하루사메는 녹두가 주원료로, 일본 당면은 얇고 입안에서 톡톡 튀는 듯한 식감이 특징입니다.

필자가 기사 작성을 위해 슈퍼를 다섯 군데(세이유, 키친 코트, 서미트, 도큐 스토어, 도부 스토어)를 돌아다녀 본 결과, 일본 슈퍼에는 녹두(緑豆) 당면이 가장 많았고, 그나마 감자(じゃがいも 혹은 馬鈴薯) 당면까지는 있지만 고구마(さつまいも) 당면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물론, 동네에 따라 한국 식재료가 잘 갖춰진 마트에서는 고구마 당면을 판매합니다.

고구마 당면

또, 수입 식품을 취급하는 KALDI(칼디)에는 매장에 따라 고구마 당면을 판매하는 곳도 있으므로, 집 근처에 KALDI가 있다면 잡채를 만들기 전에 한 번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KALDI가 근처에 없거나 KALDI에서 고구마 당면을 판매하고 있지 않다면, 잡채 당면과 가장 식감이 비슷한 감자 당면을 사용하시고, 마트에 감자 당면마저 없다면 녹두 당면을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감자 당면(100g, 2인분)을 사용했습니다.

필요한 재료

잡채 속재료는 기호에 따라 준비하면 되는데, 필자가 사용한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2인분을 기준으로 만들었으며, 양은 필요에 따라 가감하면 됩니다.

잡채 재료

양파: 일본어로 玉ねぎ(타마네기)라고 합니다. 어느 마트에서든 야채 코너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필자는 양파의 식감을 싫어해서 1/4만 사용했습니다.

시금치: 일본어로 ほうれん草(호-렌소-)라고 합니다. 어느 마트에서든 야채 코너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양이 많아 보이지만 데치고 나면 부피가 줄어들므로 한 봉지 다 사용했습니다.

당근: 일본어로 にんじん(닌진)이라고 합니다. 당근 역시 어느 마트에서든 야채 코너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기호에 따라 사용하면 좋은데 필자는 1/2만 사용했습니다.

표고버섯: 일본어로 しいたけ(시-타케)라고 합니다. 저는 버섯이 커서 2개를 사용했는데, 크기에 따라 가감하시면 됩니다.

돼지고기: 잡채를 만들 때 돼지고기가 들어가지 않으면 섭섭하지요. 돼지고기는 일본어로 豚肉(부타니쿠)라고 합니다. 부위는 豚ロース(등심, 부타로-스)ヒレ(안심, 히레)를 사용하면 되는데, 판매하는 고기 양이 너무 많거나 원하는 것이 없다면 그냥 카레용 고기를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저는 카레용 고기를 사용했습니다.

그 외 재료의 간을 하기 위해서는 간장(醬油, 쇼-유), 다진 마늘(おろし生にんにく, 오로시 나마닌니쿠), 소금(塩, 시오), 참기름(ごま油, 고마아부라), 설탕(砂糖, 사토-), 미림(みりん, 미린), 후추(コショウ, 코쇼-), 통깨(いりごま, 이리고마)가 필요합니다.

재료 준비하기

잡채 속재료 손질

먼저, 다른 재료를 준비하는 동안 당면은 물에 충분히 불려둡니다.

양파, 당근, 표고버섯: 채 썰어서 준비합니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양파→당근→표고버섯 순으로 볶아주는데, 볶을 때는 소금으로 살짝 간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오래 볶으면 재료 본연의 아삭한 식감이 죽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시금치: 끓는 물에 시금치를 넣고 약 3분간 데칩니다. 참고로 시금치를 넣기 전에 끓는 물에 소금을 조금 넣어주면 시금치의 색이 더욱 선명해집니다. 시금치가 다 데쳐지면 찬물에 헹군 후 꽉 짜서 다른 그릇에 옮기고, 티스푼으로 다진 마늘 1T, 소금 1/2T, 통깨 약간을 넣어 버무립니다.

돼지고기: 먼저,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준 후 간장 1T, 미림 1/2, 다진 마늘 1/2T, 후추 약간을 넣고 잘 버무려 10분 이상 재워 둡니다. 돼지고기 양에 따라 밑간 양념의 가감이 필요합니다. 재워둔 고기는 프라이팬에 익혀준 뒤 잠시 식힙니다.

만들기

잡채가 붇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는 당면을 볶아 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각각의 재료를 따로 익힌 뒤, 맨 마지막에 모든 재료를 한꺼번에 넣어 빠르게 한 번 더 볶기 때문에, 가능하면 넓고 깊은 프라이팬(웍)을 사용하시기를 권장합니다.

당면 삶기

먼저, 냄비의 물이 끓으면 불려준 당면을 넣어 약 5분 정도 삶습니다. 필자가 구매한 당면의 권장 시간은 8분인데, 맨 마지막에 볶으면서 한 번 더 익히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구매한 당면의 권장 시간보다는 덜 삶았습니다.

당면 삶기

삶은 당면은 채에 걸러 물을 뺍니다.

잡채만들기

삶아둔 당면과 나머지 재료를 한 번에 넣고, 간장 반 컵, 설탕 1T, 참기름 2T, 통깨 1/2T, 간 마늘 1T를 넣고 휘리릭 볶습니다. 볶을 때 면이 들러붙을 수 있는데, 그럴 때는 물을 한두 스푼씩 넣어가면서 볶아 주면 됩니다. 또, 싱거울 때는 중간에 간장을 추가하며 간을 맞춥니다.

일본에서 잡채

어느 정도 볶아지면 접시에 담아내고, 통깨를 솔솔 뿌려 마무리하면 끝! 손이 많이 갈 것 같지만 한 번 해보면 매우 간단하고 금방 만들어집니다.

잘 먹겠습니다!

어떠셨나요? 잡채는 다른 한국 음식과는 달리 맵지도 않고 간장 맛에 익숙한 일본 사람들 입맛에도 잘 맞아서 그런지, 늘 일본인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의 상위권을 차지합니다. 이렇게 집에서 혼자 만들어 먹는 것도 좋지만, 주변에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일본인 친구가 있다면 함께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친구와 함께 잡채를 만들며 우정도 꽃피우고 좋은 추억도 만들어 보세요!

기사 내의 정보는 공개 시점의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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