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활에서 한국보다 불편한 점 -하편

정들면 고향(住めば都)이란 말이 있고,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죠. 일본 생활 8년차, 일본법에 잘 따랐고 많은 것이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지난번에는 ‘일본 생활에서 한국보다 불편한 점’에서 다섯 가지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이번에는 한국과 비교해서 일본이 불편한 점, 하편입니다.

반찬이 유료!

일본 생활에서 한국보다 불편한 점. 반찬이 유료

한국은 헬조선이란 말을 많이 듣습니다. 하지만 식당에서 밥 먹을 때만큼은 한국은 천국인 것 같습니다.

제가 일본에 와서 초기에 겪은 에피소드입니다. 신오쿠보에 유명한 분식집이 있다고 하여 찾아간 저는 맛있게 떡볶이를 만들고 있는 주인아주머니에게서 한국 분식집에서 보던 정겨움과 정을 떠올리며 흐뭇한 마음으로 주문했습니다.

’’이모, 여기 튀김이랑 순대 1인분이요. 튀김엔 떡볶이 국물 좀 부어주세요^^’’

그러자 아주머니는 ‘내가 왜 니 이모야?’라는 듯한 표정으로, ‘’국물은 따로 부어드리지 않아요. 떡볶이 주문하세요’’라는 쌀쌀맞은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물론 오뎅 국물도 오뎅을 주문해야 한다는 아주머니의 야박함에 큰 상처를 받고 가게를 나와야 했습니다.

김밥 한 줄을 시켜도 김치와 단무지에 국물까지 주는 나라, 식당에 가면 여러 가지 밑반찬이 나오는 것도 고마운데 무한 리필도 해주는 나라. 우리나라는 정말 좋은 나라였다는 것을 깨달은 날이었죠.

일본은 규동집에 가도 작은 종지에 들어있는 단무지나 절임류, 김치 하나까지 돈을 받습니다. 무료로 먹을 수 있는 베니쇼가(일본식 초생강)로 아쉬움을 달래곤 하죠. 일본 생활 초기에는 너무 야박하다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일본은 식대도 나눠내는 나라. 낭비하지 않으며 먹고 싶은 사람만 돈을 더 내기 때문에 합리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한편으로 한국 식당들은 그 많은 밑반찬 준비에 손님의 무한 리필에도 응해야 하니 ‘정말 힘들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살고 싶을 정도로 음식이 맛있다’라고 칭찬하는 일본인들이 많습니다.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넉넉한 인심과 정을 느낄 수 있어서 한국 음식에 반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중교통 이용 시에는 입을 다물라

일본 생활에서 한국보다 불편한 점. 대중교통 이용 시에는 입을 다물라

한국도 일본도 자유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하지만, 일본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원만하게 생활하기 위해 지켜야 하는 암묵적인 룰들이 많습니다. 특히, 매일같이 이용하는 전철이나 버스에서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일본의 전철, 버스는 대단히 조용합니다. 마치 도서관에 있는 듯 편안합니다. 더구나 한국의 버스, 택시 운전기사처럼 과격하게 운행을 한다든지, 라디오나 제 취향에 맞는 트로트를 튼다든지, 쓸데없이 손님에게 말을 걸어 정치 얘기나 사는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이렇듯 조용하고 쾌적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일본의 장점이지만, 급한 전화조차 눈치를 봐야 하는 부분은 매우 불편합니다.

제가 처음 일본을 경험한 대학교 유학시절에 급한 일로 일본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러나 친구는 대단히 당황한 목소리로 지금 전철이니 내려서 전화하겠다고 하고는 전철에서 내렸다고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일본은 기본적으로 버스, 전철에서 전화 통화를 하지 않습니다. ‘전화 정도는 작게 통화한다면 괜찮잖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조금만 목소리가 커지면 금방 주변에서 째려보는 시선이 돌아옵니다.

얼마 전 한국인 커뮤니티 ‘일본 한국인 모임’에는 한국에서 친구가 일본에 놀러 와서 가이드를 해줬는데, 전철에서 큰소리로 떠드는 친구에게 ‘조용히 좀 하자’고 주의를 줬다가 서먹해졌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일본 생활에 익숙해진 저로서는 한국에선 너무 주변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사로운 것을 할 때도 주위를 신경 쓰고 배려해야 한다는 일본의 강박관념이 불편할 때도 있습니다.

교통비가 비싸다

일본 생활에서 한국보다 불편한 점. 교통비가 비싸다

한국의 물가도 이제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물가만 팍팍 오르고 월급과 아이 성적은 안 오른다는 푸념도 이제 웃고 넘기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집세는 천정부지로 솟았고 스타벅스 커피나 맥도날드, 편의점 음료수 등, 이미 많은 품목에서 일본을 앞지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슬퍼하기는 이릅니다. 한국이 아직 더 저렴한 것들도 있는데, 교통비와 공공요금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한국의 대중교통과 요금, 결제 체계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거기에 전철과 버스는 환승 시 할인까지 받을 수 있어서 부담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가장 저렴한 JR 전철을 이용 시 기본요금이 140엔부터, 버스는 210엔, 택시는 최근에 대폭 인하하여 410엔입니다. 하지만 이동 거리에 따라 큰 폭으로 금액이 늘어나는 구조여서 여러모로 부담스럽습니다. 교통카드에 천엔(한국 돈 10600원 정도)을 충전해도 몇 군데 돌아다니면 2~3일 안에 금방 소진하게 됩니다.
일본 대중교통은 원래 국영이었던 것을 1987년에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민영화로 전환하면서 요금이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은 65세 노인은 전 구간 무료 등, 국민복지 차원으로 대중교통 가격이 저렴하게 설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일본도 환승 할인 제도, 타사 노선으로 환승 시 할인 등(JR-도쿄 메트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집 안이 춥다

일본 생활에서 한국보다 불편한 점. 집 안이 춥다

일본으로 이주한 한국 사람들이 가장 괴로워했던 부분의 하나로 꼽는 것이 바로 추운 집 안입니다. 도쿄의 경우 분명히 겨울이 한국보다 춥지 않을 텐데 집은 시베리아처럼 추워서 정착 초기 감기에 자주 걸리고 고생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첫 겨울을 맞았을 때, 집에서 입김이 나왔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한국에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난방기술인 온돌이 있습니다. 대부분 집안 전체에 온돌이 깔려 있어서 한겨울에도 집에서는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지낼 정도였죠. 일본은 동북지역이나 홋카이도의 일부, 도쿄에도 신축 건물의 일부에는 유카단보(床暖房)라고 불리는 바닥 난방 설비가 있지만, 대부분은 냉난방 에어컨과 스토브, 고타츠 등의 전열기로 겨울을 보냅니다. 특히 방풍이 잘 되고 추위를 막아주는 튼튼한 주택이 아닌, 외풍이 심하고 방음이 취약한 독신용 다세대 주택의 경우 난방을 돌려도 그다지 따뜻하지 않습니다.

일본은 여름이 고온 다습한 탓에 ‘통풍이 잘되고 단열에 취약한 구조’로 집이 지어지기 때문에 겨울에는 집이 춥다고 합니다. 일본 올 때 필수템으로 전기장판을 꼽는 이유도 그 때문이지요. 저는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기고 최근에 철근콘크리트 맨션으로 이사 오면서 집에서 입김이 나는 것은 면하게 되었습니다.

까마귀, 바퀴벌레와의 공존

일본 생활에서 한국보다 불편한 점.  까마귀, 바퀴벌레와의 공존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저는 이 세상에서 호랑이가 가장 무서운 동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에 와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은 까마귀와 바퀴벌레였습니다.

일본열도는 까마귀가 접수하고 있으며 전국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시꺼먼 외모, 커다란 몸집과 날개, 무시무시한 부리, ‘까아악~ 까아악~’ 을씨년스러운 울음소리.. 마치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인 독수리와도 같은 포스를 내뿜습니다. 그리고 쓰레기를 뒤져서 거리를 엉망으로 만들거나 새 주제에 머리는 또 좋아서 자기 영역에 들어온 사람을 공격하기도 합니다. 페북 일한모 그룹에는 까마귀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증언이 다수 있었습니다.

그다음으로 각오를 해야 할 것이 바퀴벌레입니다. 한국에서는 허름한 빌라에 살던 유년시절에 작은 바퀴벌레를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외형조차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십여 년 전 도쿄 유학 시절에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그놈은 몸집도 크고 살충제를 뿌리자 날개를 파드닥 파드닥거리며 날기까지 했습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지라 다행히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살충제를 뿌려 퇴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만, 퇴근하고 돌아와서 불을 켰을 때 깜짝 등장을 하거나, 바닥에 과자를 놓고 먹는 도중 어디선가에서 나타난 바퀴벌레가 과자를 향해 돌진해 왔을 때의 충격과 소름은 잊을 수 없습니다. 커뮤니티에도 바퀴벌레에 대한 고충과 퇴치법에 대한 글이 자주 올라오는데, 일단 음식물을 최대한 방치하지 말고 설거지도 바로바로 해치우는 것,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일본 생활에서 한국보다 불편한 점을 2회에 걸쳐서 소개해드렸습니다. 몇 가지를 소개해드리긴 했지만, 사실 일본은 한국보다 편한 점이 많아서 살기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언젠가 일본의 편한 점, 불편한 점을 다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기사 내의 정보는 공개 시점의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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