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는 용납할 수 없다? 진실보다 다수의 의견을 우선시한다? 일본인의 암묵적인 국민성

방일 경험과 상관없이 일본인에 대한 이미지는 ‘친절하다’, ‘배려심이 많다’ 등 매우 다양합니다. 그런데 사실 그 국민성을 단적으로 말하자면 ‘가능하면 일을 조용히, 문제없이 진행하고 싶다’가 본질입니다. 다른 사람과 소통할 때는 아무래도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기기 마련인데, 일본인은 이 갈등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다테마에(建前, 속마음은 감추고 겉으로만 상황에 맞춰 말과 행동을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즉, 가끔 거짓말을 해서라도 상황에 맞춰 일을 처리하거나 행동을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 사이의 관계를 유지하며 트러블을 피하는 것이 일본인의 본성입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이러한 ‘다테마에’를 필두로 일본 사회의 진짜 모습 그리고 일본인의 암묵적인 국민성에 대해 일반적으로는 말할 수 없는 그 본질을,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순수 일본인의 시점에서 분석 및 설명해 보고자 합니다.

‘분위기에 휩싸이기 쉬운’ 일본인의 집단적 사고 회로-다수가 옳다고 하면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고방식

일본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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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개인보다 집단의 관점을 중시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건에 대해 다수가 특정 행동을 하면 그 행동은 그 사건에 대한 ‘옳은 일’로 여겨지는 풍조가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일본 교육 현장에서 중시하고 있는 ‘집단행동’이라는 개념이 그 요인이겠지만 이런 풍조는 집단과 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 집단을 일탈하는 사람을 ‘괴짜’라고 여기는 사고방식과도 일맥 상통합니다.
즉, 만일 잘못되거나 신빙성이 낮은 정보라 하더라도 그것을 대다수가 옳다고 하면 그 정보는 옳은 것이 됩니다. 물론 결국에는 머지않아 올바른 정보가 밝혀지고 그에 따라 잘못된 정보는 도태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어찌 됐든 집단행동을 따르는 것이 맞는 일이라고 여기는 사상 속에서 자란 일본인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수는 옳고 소수의 의견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이런 풍습이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라는 개념이 아직 낯설기만 합니다.

일본 출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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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우로 나란히(右へ倣え, 무비판적으로 남을 따라 하는 행동을 비유한 일본식 표현)’라는 사고방식이 낳은 훌륭한 관습도 있는데, 바로 공공예절을 지키는 습관입니다. 일본인에게는, 전철을 탈 때는 내리는 사람이 모두 내린 뒤 승차를 하고 승차 시에는 한 사람씩 천천히 탑승하는 것이 당연한 행동입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도 보통 한쪽에 서서 가며 다른 한쪽은 앞길을 재촉하는 사람을 위해 길을 열어둡니다. 게다가 인기 맛집 앞 대기줄에서도, 편의점에서 계산을 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순서와 규칙을 지켜,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기분 좋은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설명한 집단행동에는 고쳐야 할 나쁜 점도 있지만 좋은 점도 양극처럼 공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본심보다 겉치레-나를 위한 행동보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행동을 미덕이라 여기는 사고방식

시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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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은 항상 ‘주위의 시선이나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고, 가능한 한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행동합니다. 이렇게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면서 좋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일본인의 이상한 관습을 ‘다테마에(建前)’라고 합니다. 다테마에는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가’보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우선순위를 두어, 본심이 아닌 겉치레로 남에게 ‘좋게 보이려고 하는 행동’을 말합니다.
원래 일본인은 수줍음을 많이 타고, 낯선 사람과는 쉽게 친해지기 어려운 경향이 있습니다. 타인을 배려하면서도 남의 시선을 신경 쓰기 때문에 개방적인 관계는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이런 성격의 일본인이, 다수가 참가한 회식 자리에서 옆에 앉은 초면의 사람과 음주, 잡담 등으로 분위기가 달아올라 다음에 또 함께 술을 마시러 가자는 제안을 들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꼭 연락 주세요’ 등 긍정적인 대답을 하지만, 사실 이 말이 실현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물론, 심리적으로 정말 가까워진 상대라면 더 깊은 관계를 위해 재차 함께 술을 마시러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사회에는 ‘실제 그럴 마음은 없지만 본심인 것처럼 둘러대는 ‘다테마에’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는 상대방에게 ‘거짓말’을 하기 위해서 라기보다는, 모처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낸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여, 사실은 재차 같이 술을 마실 생각은 없지만, 분위기 좋은 지금 이 자리를 어색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좋은 사람처럼 보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무슨 일이든 신중하게 행동한다? 집단교육이 낳은 폐해-실수는 용납할 수 없다!

일본에서는 일에 실수가 없도록, 지나칠 만큼 많은 준비와 의식 공유를 도모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런 일본 사회는 실수를 절대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 원인은 앞에서 언급한 일본의 교육 구조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일본인들은 집단 속 삶의 중요성을 배우는 교육 과정에서 ‘남과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고 그 결과 ‘신중함’을 미덕으로 하는 사고방식이 일반화되었습니다.

전철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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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일본에서 실수를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일상적인 상황을 토대로 살펴보겠습니다. 

예를 들면, 어느 나라에서든 전철이나 버스를 타다 갑작스러운 흔들림으로 인해 옆 사람과 부딪치면 대개, 죄송하다고 사과하면 ‘괜찮습니다’라는 대답과 함께 큰 문제없이 일이 해결됩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부딪친 쪽이 죄송하다고 사과를 해도 상대방은 대답은커녕 반응도 하지 않고, 사람에 따라서는 혀를 차기도 합니다. 이런 행동은 주변 모든 사람들이 서로 부딪치지 않기 위해 조심하면서 평화롭게 가고 있는 상황에서, 균형을 잃고 누군가와 부딪친, 즉 ‘집단’에서 벗어난 사람에게 보이는 일종의 경고로, 야박하지만 전형적인 일본 문화의 진정한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과하면 괜찮다고 말하는 친절한 사람도 있지만 ‘잘못한 사람이 나쁘다’라고 생각하는 풍습은 이런 사소한 일에 만연히 나타납니다. 혀까지 차는 것은 드물지만 어찌 됐든 낯선 사람의 사과에 대해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 행동은 일본인에게 매우 일반적인 관습입니다.

횡단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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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의 크고 작음을 떠나 일본에서 실수란 단순한 ‘실수’가 아닌 ‘악(悪)’입니다. 실수를 달가워하지 않는 풍습이 너무 만연하기 때문에 일본을 ‘두 번의 기회는 없는 사회’라고 칭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나타나는데, 일본인은 ‘실수’에 대해서는 경중을 불문하고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며 책임의 소재를 추궁합니다. 즉, 앞으로 어떻게 만회할 것인지에 관한 미래지향적인 모습보다 왜 실수를 일으켰는가 하는 과거에 의식이 머물러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업이 전례 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전개하려고 하면 비난받기 쉽고, 만약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도 비난을 받았을 때만큼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일은 드뭅니다. 이러한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실시한 기업은 수년 단위로 실적을 잘 쌓아야지만 일본에서 겨우 제대로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이 사회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일본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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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실수를 거쳐 성장합니다.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의 명언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은 노력하지 않는다는 증거이다(If you don’t make mistakes, you aren’t really trying)”처럼 실수를 하지 않으면 성장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일본인에게는 ‘다수의 의견이 옳다’, ‘잘못되면 어떡하지?’라는 견해가 항상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늘 실수를 두려워하고, 결과적으로는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하기보다 주변 상황에 맞추거나, 가급적이면 새로운 시도는 하지 않고 익숙하게 해 온 방식, 즉 실패하지 않는 안전한 방식을 택하는 등 ‘신중한’ 국민성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배타적인가? 일본의 교육과 사회구조가 초래한 ‘보수적인 가치관’

이렇게 다수를 따라 행동하거나 실수를 악으로 여기고 본심을 숨겨가면서 일을 원활히 진행하려 하는 일본 사회는, 타국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는, 배타적이고 보수적인 사고방식도 낳았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일본 사회는 ‘외국산’은 다양하게 받아들이지만 ‘외국인’은 배타적으로 대하는 구조입니다.

‘외국산’의 가장 보편적인 예는 음식입니다. 요즘에는 세계 어디에서든 타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데, 라멘이나 스시를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먹을 수 있듯이 일본에서도 멕시코나 이탈리아, 프랑스, 중국, 태국, 베트남, 대만, 한국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일본에서는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요리를 일본식으로 재해석합니다. 멕시코 음식인 타코스는 타코라이스로, 프랑스의 오믈렛은 오믈라이스로, 이탈리아의 피자는 콘이나 마요네즈를 얹은 일본식 피자로, 그 외에도 양파와 피망, 햄 등을 토마토케첩에 볶은 나폴리탄 파스타나 대구 명란젓을 사용한 일본식 파스타, 더 나아가 그라탕 같은 크림소스에 치즈를 필래프에 얹은 도리아까지! 세계적으로 널리 사랑받는 요리를 변형해 ‘현지화’하는 일본의 응용력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또한 ‘영어’를 비롯한 외국 유래의 단어도 가타카나로 일본어에 도입되어, 일본인의 일상에는 타국에서 유래한 것을 접할 기회가 매우 많습니다.

일본 퓨전 음식

한편, 받아들이는 대상이 외국인일 경우, 일본 사회는 태도가 돌변하여 배타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가장 쉬운 예는 ‘외국인이 일본으로 이주하려고 할 때 심사가 매우 까다롭다는 것’입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일을 하고 성격이 어떤지 등의 이유를 불문하고, 어찌 됐든 ‘외국인은 사절’이라는 조건을 다는 집 주인이 많습니다. 물론 일본 사회에는 일본만의 독자적인 규칙이 많이 있기 때문에, 과거에 외국인이 이런 ‘일본에만 통용되는’ 규칙을 거부하거나 이로 인해 쫓겨나는 등 다양한 사례와 이유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에는 기본적으로 외국인의 거주를 인정하지 않는 아파트가 많을 뿐만 아니라, 거주 가능 여부의 심사까지 도달했다고 해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하는 경우가 지금도 많이 존재합니다.

도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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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예시는 방일 외국인 관광객과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일반 서민들이 많이 찾는 일식이나 중식 등의 식당에서도, 외국어 서비스는 제공이 어렵기 때문에 ‘직원들이 외국어를 못하니 나가주세요’라고 마치 일본어가 방패인 마냥 외국인 손님을 쫓아내는 점원이 적지 않게 존재합니다. 물론 일본도 손님을 가리지 않고 받는 가게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이런 구세대적인 사고방식의 식당이 다수 존재합니다. 이런 식당은 단순히 ‘외국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라는 변명 외에도, ‘표준에 벗어난 응대를 할 여유가 없다’라든지 ‘대다수가 일본인인 단골손님만으로도 수익은 충분하다’ 등의 이유를 내세웁니다.

일본에는 식사 시 젓가락 사용법이나 전철의 승차 방법 등 사회에서 꼭 지켜야 하는 매너나 규칙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방일 외국인들이 애초에 그 규칙이나 에티켓에 대해 잘 몰랐다고 해도, 일본의 관습이나 에티켓을 잘 지키지 않는 그들에게 불쾌감을 느끼는 일본인도 적지 않습니다. 

본래, 좋은 의미에서 외국인의 유입은 좋든 싫든 일본 특유의 ‘동조 압력(同調圧力 Peer pressure)’이나 ‘고정관념’을 깨는데 일조해야 하지만, 일본의 경우 반대로 외국인이 사회에 개입해 오는 것을 위협적으로 느껴 오히려 ‘일본의 방식을 바꾸지 말라’라고 주장하고, 그럼으로써 일본인 누구나 지킬 수 있는 규칙을 어기는 사람, ‘집단행동을 할 수 없는 사람은 옳지 않다고 동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일본 학생
Mac Odolinski / Shutterstock.com

전국 곳곳에 존재하는 다양한 관광 자원과 역사적인 명소 그리고 최신 기술과 결합시킨 모던하고 새로운 독자적 문화 자원을 트렌드화시켜 세계로 뻗어나가는 일본! 그런 일본이 매력이 넘치는 멋진 나라임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일본은, 커뮤니케이션 본연의 자세, 자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에 대한 자세 등 아직 세계에 한참 뒤처져 있는 면도 다분히 존재합니다. 낡음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세계 속에서, 유수한 관광 자원으로 가득 찬 일본은 문화를 보존하면서 소수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혁신적인 사고방식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합니다. 때로는 본심을 드러내 서로 의견을 부딪히며 조율해 나가는 다양성을 허용하는 사회가 돼야만 진정한 의미의 평화롭고 안전한, ‘아름다운 일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사 내의 정보는 공개 시점의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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