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위장 동성 결혼 제도 – 부부가 될 수 없다면 양부모·자식으로

2019년 대만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여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다양한 장르에서 동성애를 주제로 다뤄온 일본은 어떨까요? 이번에는 일본 동성 커플들의 결혼 및 ‘투쟁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위법인가 아니면 합법인가? 일본 동성 결혼의 ‘투쟁사’

일본은 이미 1968년에 동성 결혼에 관한 기사를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일본 드라마의 황금기라고 불리는 1990년대에도 동성애자를 다룬 시나리오나 설정이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중들의 주목을 받았다고 해도 사회의 정서와 법률적인 문제로 인해, 실은 동성애 성향의 사람이면서도 사랑하지 않는 이성과 결혼, 가업 승계, 심지어 출산까지 하여 불행한 결혼 생활을 보내는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일본 정부가 동성 결혼 관련 법률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한 것은 2010년 이후입니다. 그전까지 동성 결혼은 변호사와 법학 교수 간의 논의 주제일 뿐이었습니다.

정부와 법률 전문가가 논의한 내용은 일본 헌법 제24조입니다. 일본 헌법 제24조 1항에서는 “혼인은 양성의 합의를 기초로 성립되고 부부가 동등한 권리를 가지는 것을 기본으로 하여 상호 협력에 의하여 유지되어야 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헌법에서는 양성에 대한 정의가 없기 때문에, 그동안 동성 결혼이 합법인지 위법인지를 두고 많은 논쟁이 있었습니다.

한편, 일본 민법의 결혼 관련 법률 조항에 “결혼은 반드시 이성 커플만 성립이 된다”라고 명시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호적법 중 혼인 법규 관련 조항에 있는 “선택적 부부 별성 제도(選択的夫婦別姓制度)”라는 칼럼으로 인해, 동성 결혼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논의는 2019년까지 지속되어, 사회 전체가 동성 결혼에 대해 점점 받아들이는 추세로 바뀌기 시작했으며, 마침내 일본 정당이 법률상 명확하게 동성 간 결혼이 가능하도록 민법의 “혼인 평등 법안”을 수정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하지만 수정안이 통과될지는 아직까지 결론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함께 하고 싶다! 입양 제도를 이용한 동성 커플들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기 전까지 동성 커플들의 가장 큰 문제는 그들의 관계가 법적 보장을 받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서로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상대가 사망할 경우 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동업 커플일 경우, 두 사람이 같이 이뤄낸 업적이나 재산이 있다고 해도 상대가 사망한 후에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었던 게 현실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하에, 일본 대다수의 동성 커플들은 “입양 제도”를 통해 법적으로 인정을 받는 가족이 되는 방법을 선택하였습니다.

일본의 입양 제도에는 반드시 만족시켜야 하는 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입양인은 성인이어야 한다”라는 것과 “피입양인은 입양인보다 어려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조건만 만족시킨다면, 생일이 하루 차이일지라도 입양을 통해 법적으로 가족이 될 수 있으며 사회 제도적인 면이나 법적으로 문제를 처리하는데도 더 편리해질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입양 제도는 입양을 취소할 수도 있기에, 과거 입양을 통해 합법적으로 가족이 된 동성 커플은 헤어진 후에 입양 취소를 할 수 있습니다.

법적 효력이 없는 파트너십 선언 제도

하지만 입양 제도는 결국 동성 결혼을 위해 제정된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일본의 일부 지자체에서는 별도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 도쿄의 시부야구 구회의에서는 “시부야구의 남녀평등 및 사회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조례”를 발표하였고, 같은 해 4월에 동성 관계 신고 및 관계 증명서를 발급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조례를 “파트너십 선언 제도(パートナーシップ宣誓制度)”라고 명명하였습니다.

마쓰도시의 파트너십 선언 증명서

해당 제도는 파트너 관계를 “남녀 혼인 관계와 동등하다”라고 정의하고 증명서를 교부하지만, 결혼과 같은 법적 구속력은 없습니다. 시부야구에서는 기업이나 기관에서는 해당 증명서를 통해 두 사람의 파트너 관계를 인정하며, 나아가 집을 임대하거나 수술 동의서에 서명하는 등을 더욱 쉽게 진행할 수 있도록 협조를 바란다고 공지했습니다. 강제성은 없지만 만약 시부야구 내의 업체가 해당 증명서를 확인하고도 두 사람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을 때, 시부야구 정부에서는 해당 업체명 등을 공개하고 ‘시정’ 조치를 하도록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시부야구에서 최초로 해당 제도를 도입한 후, 일본 기타 지역에서도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는 국가에서 통일된 규정이 아닌 지역 정부 수준에 불과하기에, 지역에 따라 제도 명칭이나 세부 사항도 조금씩 다릅니다. 지금까지 일본 전역의 67개 지역에 파트너십 선언 제도가 도입된 상황입니다.

변호사 공증이 필요한 동성 커플 합의 계약서

파트너 관계 신고 시, 일부 국가에서는 동성 커플에게 두 사람의 관계를 증명하기 위한 “합의 계약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해당 합의 계약서에는 두 사람의 공동재산 배분, 일상생활의 가사 분담, 헤어졌을 경우의 위자료나 재산 분할 등 각종 혼인 생활에 존재하는 세부 사항이 포함됩니다.

해당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반드시 변호사가 공증인으로 동반해야만 법적 효력이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최근에 파트너십 선언을 하지 않아도 합의 계약서를 통해 서로를 보호하는 커플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계약서에 아플 때 파트너가 돌봐주기를 원한다는 조항을 추가하면, 병원에 입원 후에 파트너 접견이 어려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혹은 재산 분배에 대해 별도 요구가 있다면 해당 조항을 계약서에 작성해두어, 사망 후 파트너가 두 사람의 공동재산을 처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할 수도 있습니다.

해외에서의 결혼은? 외국 동성 커플의 비자 문제

“만약 동성 결혼이 합법적인 나라에서 결혼하면, 혼인 관계를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사실 이런 생각은 맞다고도 틀리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2013년에 외국 동성 커플 간의 혼인 관계를 인정한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습니다. 본국의 합법적인 혼인 증명서를 받은 커플로, 그중 한 명이 일본에서 생활 혹은 직장을 다닌다면, 파트너를 가족 비자로 일본에 초대할 수 있습니다.

단, 해당 조항은 두 분이 모두 일본 국적이 아닐 때만 적용됩니다. 그 이유는 일본인은 외국에서 결혼을 하더라도 일본 영사관이나 정부에서 지정한 기관에서 혼인 신고를 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본 법률에서는 아직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기에 커플 중 한쪽이 일본인일 경우, 이 결혼은 여전히 일본에서 무효하게 되므로 외국인 파트너는 여전히 가족 비자를 신청할 수 없게 됩니다.

결혼하고 싶어! 전통 관념으로는 막을 수 없는 사회 흐름

PATARA / Shutterstock.com

조사에 따르면 20~59세의 일본인 중 약 78%가 동성 결혼에 대해 찬성 혹은 반대하지 않은 태도를 보였고, 대만에서의 동성 결혼이 합법적이라는 사실을 통해, 일본의 동성 커플들도 최근에 일본 결혼 합법화에 대해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은 전통 관념이 더는 글로벌 사회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일본 사회가 더욱 다양한 관계를 받아들일 수 있고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두 번째의 아시아 나라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사 내의 정보는 공개 시점의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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