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각지를 대표하는 향토 요리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 하면 스시, 덴푸라, 샤부샤부, 스키야키, 라멘 등을 떠올리기 쉽지만, 그 외에도 일본 곳곳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명물 음식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일본 전국 47개에 이르는 각 도도부현의 명물 향토 요리를 소개합니다. 일본에 있는 동안, 일본 국내 여행을 즐기면서 꼭 현지의 명물 요리를 맛보시기를 바랍니다.

1. 징기스칸(홋카이도)

징기스칸

가운데가 볼록한 원형 냄비 안에 채소를 듬뿍 곁들여 양고기를 구워내는 향토 요리. 한때 군용품을 보급하기 위해 양 사육이 성행했던 홋카이도에서 전쟁이 끝난 이후 이를 식용으로 대체하던 과정에서 대중화된 요리입니다. 양고기 종류는 크게 2가지로 나뉘며, 생후 1년 미만의 잡내가 적은 새끼 양고기인 램(lamb)과 생후 2년 이상의 독특한 풍미를 지니는 머튼(mutton)이 이에 해당합니다. 음식점마다 간을 하는 방식이나 먹는 방법에 차이가 있으니 비교해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2. 도와다 바라야키(아오모리)

도와다 바라야키

간장 베이스의 양념장으로 밑간 한 ‘규바라(우삼겹살)’ 부위와 대량의 양파를 철제 냄비에 올려 양파가 노릇노릇해지고 숨이 죽을 때까지 구워내는 요리. 1950년대에 아오모리현 미사와시의 미군 기지 근방에서 탄생한 음식으로, 바로 옆에 위치한 도와다시로 전파되어 현재 도와다시 내에만 80곳 이상에 달하는 음식점에서 제공할 정도로 친숙한 요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달콤 짭조름한 맛이 맥주와 환상적인 궁합을 이룹니다.

3. 모리오카 냉면(이와테)

모리오카 냉면

완코소바, 일본식 자장면과 더불어 모리오카 3대 면 요리 중 하나. 소고기나 닭 뼈 등으로 우려낸 차가운 육수에 탄력 있는 면과 김치, 오이, 삶은 달걀, 과일 등을 올린 요리로, 한국 출신의 제면 장인이 전쟁이 끝난 후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여 고안해 낸 것이 시초라고 전해집니다. 메밀이 들어간 한국식 냉면과 달리 밀가루로 만든 반투명한 면이 특징입니다.

4. 규탄야키(미야기)

규탄야키

얇게 저민 ‘규탄(소 혀)’ 부위를 소금이나 양념장에 재운 뒤 구워내는 요리. 종전 후 고기 위주의 식문화가 확산되면서 탄생하였으며, 당시 센다이 시내에서 맛볼 수 있는 명물 요리로 정착한 이후 훌륭한 맛과 고단백질이면서도 저칼로리인 점이 큰 인기를 끌어 일본 전국으로 퍼지게 되었습니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두껍게 썬 규탄과 일본식 꼬리곰탕이 세트로 구성된 ‘규탄 정식’을 일본 각지의 여러 음식점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5. 기리탄포(아키타)

기리탄포

구운 밥을 삼나무 꼬치에 막대 모양으로 뭉쳐 숯불로 구운 음식. 오다테・호쿠로쿠 지방의 나무꾼들이 먹다 남은 밥을 기다란 봉에 뭉쳐서 된장을 발라 구워 먹은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현지산 닭고기, 잎새버섯, 파, 우엉, 미나리 등의 재료와 함께 기리탄포를 닭 육수에 끓여내는 기리탄포 전골은 아키타의 추운 겨울에 안성맞춤인 요리입니다.

6. 이모니(야마가타)

이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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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인 ‘사토이모(토란)’와 함께 곤약, 파, 버섯, 우엉, 고기 등을 넣고 끓여내는 전골 요리. 야마가타현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들어가는 재료나 간을 하는 방법에 차이를 보이는데, 간장 베이스 국물과 소고기가 들어가는 내륙 지방 스타일과 달리 한국 동해 쪽에 접한 쇼나이 지구에서는 된장 베이스 국물과 돼지고기가 들어가는 스타일이 주류를 이룹니다. 토란 수확 철이 오면 강가에 돌을 쌓아 즉석에서 화덕을 만들어 이모니 요리를 끓여 먹는 행사인 ‘이모니카이’는 야마가타의 가을에 빼놓을 수 없는 이벤트입니다.

7. 기타카타 라멘(후쿠시마)

기타카타 라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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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고 납작하면서도 구불구불한 면이 특징이며 들어가는 재료는 가게마다 차이가 있지만, 국물은 담백한 쇼유(간장) 베이스로 된 라멘이 주를 이룹니다. 1920년경 중국 출신 청년이 포장마차를 끌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팔던 ‘시나 소바’가 기원이라고 전해집니다. 기타카타 시내에서는 예로부터 간장, 된장, 청주 양조업이 성행하여 양조 창고를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에 창고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데, 그 결과 기타카타 라멘의 훌륭한 맛도 널리 알려지게 되어 현재에 이르러서는 일본 내에서 인구 대비 라멘 가게가 가장 많은 지역이 되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라멘 가게가 아침 7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니 아침부터 라멘을 먹는 이곳만의 문화를 체험해 보면 어떨까요?

8. 미토 낫토(이바라키)

미토 낫토

일본을 대표하는 발효 음식인 낫토. 소립 대두의 산지인 이바라키현 미토 지역에서는 낫토 제조업이 성행하여 현재 일본 전국에 유통되는 낫토의 절반 이상이 이바라키현산일 정도입니다. 그러한 미토 낫토의 이름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은 1889년의 철도 개통 이후로, 당시 미토 역 앞 시장에서 판매되었으나 점차 역 플랫폼에서 포장 판매를 시작하자 기차 승객들이 창문에서 손을 뻗어 앞다투어 사갈 정도로 큰 인기를 끄는 명물 음식이 되었습니다.

9. 우쓰노미야 교자(도치기)

우쓰노미야 교자

우쓰노미야 시내에 주둔하던 군인들이 전쟁 중에 중국 동북부에 파견되었다가 귀국한 뒤 현지에서 먹었던 교자(군만두) 맛을 재현하는 가게를 연 것이 시초라고 합니다. 그 훌륭한 맛이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우쓰노미야는 교자의 고장으로 유명해지게 되었습니다. 현재 교자 음식점 수는 200개 이상으로, 가구당 만두 소비에 지출하는 금액 또한 전국에서 상위를 차지합니다. 고기와 마늘이 듬뿍 들어간 일반적인 교자와 달리 우쓰노미야 만두의 속재료는 채소가 중심을 이룹니다. 식초와 고추기름을 곁들이면 담백한 맛이 한층 더 살아납니다.

10. 미즈사와 우동(군마)

미즈사와 우동

가가와현의 사누키 우동, 아키타현의 이나니와 우동, 나가사키현의 고토 우동, 도야마현의 히미 우동과 더불어 일본을 대표하는 우동 중 하나로 4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이카호마치 지역의 미즈사와데라 절 주변에서 참배객들을 상대로 판매하던 수타 우동이 기원인 음식으로, 현재에도 ‘미즈사와 우동 가도’라 불리는 곳에는 13개에 이르는 가게들이 모여 있습니다. 밀가루, 소금, 미즈사와산 물로만 만들어지는 면은 굵고 탄력 있는 식감이 특징입니다. 소쿠리에 담긴 시원한 우동을 참깨 소스나 간장 소스에 찍어서 드셔 보세요.

11. 히야시루 우동(사이타마)

히야시루 우동

사이타마현 오미야・가와고에・가조 지역 일대에서 여름철 가정요리로 사랑받아 온 음식. 참깨, 미소된장, 설탕 등을 갈아서 냉수나 육수에 섞어 만든 소스에 우동 면을 찍어 먹습니다. 고명으로 생강이나 양하, 오이 등을 곁들여 먹기도 합니다.

12. 나메로(지바)

나메로

전갱이・꽁치・정어리 등을 세장 뜨기로 살을 발라내서 잘게 썬 것을 된장・파・차조기・생강 등과 버무려 점성이 생길 때까지 식칼로 다져 만드는 보소 지역의 향토 요리. 고기잡이로 바쁜 어부가 선상에서 갓 잡아 올린 생선을 식칼의 칼등 부분으로 뼈째 다져서 반찬으로 먹던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지며, 다 먹고 나서도 접시를 ‘핥아먹을(일본어로 ‘나메루’)’ 정도로 맛있다고 해서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13. 몬자야키(도쿄)

몬자야키

물에 갠 밀가루 반죽과 채소에 어패류 등 다양한 식재료를 섞어 철판 위에 구워내는 도쿄의 전통 요리. 반죽과 건더기를 잘 섞은 다음, 먼저 철판 위에 건더기를 볶아 어느 정도 익으면 도넛 모양으로 쌓아 철판이 보이도록 한가운데를 비운 뒤 그 자리에 반죽을 붓습니다. 살짝 끓어오르면 반죽과 건더기를 뒤섞어 굽다가 다 익으면 바깥쪽부터 작은 ‘헤라(철제 주걱)’로 떠먹는 도쿄의 서민 거리 ‘쓰키시마’의 명물 요리입니다. 쓰키시마의 ‘몬자 스트리트’라 불리는 거리에는 70개 이상의 가게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습니다.

14. 시라스동(가나가와)

시라스동

가나가와현 쇼난 지방은 시라스(뱅어)의 대표적인 어획지 중 하나로, 근처의 인기 관광 명소인 에노시마나 가마쿠라 등을 방문할 때 꼭 먹어봐야 할 명물 요리가 바로 이 신선한 뱅어입니다. 특히 당일 잡아 올린 뱅어를 얹은 덮밥 ‘시라스동(‘가마아게’라 불리는 가마에서 삶아낸 뱅어 또는 ‘나마시라스’라 불리는 생 뱅어 중 선택)’은 최고의 별미! 매년 1월~3월은 어획 금지 기간으로 생 뱅어가 제공되지 않으니 주의하세요.

15. 헤기소바(니가타)

헤기소바

‘헤기’라 불리는 사각형 나무 그릇에 차게 식힌 면을 한입 크기씩 둥글게 말아 담아내는 소바 요리. 쫄깃한 식감을 연출하기 위해 풀가사리를 넣고 반죽한 면이 특징으로, 발상지인 우오누마 지방에는 당시 소바에 곁들일 와사비가 생산되지 않아 이를 대체하기 위해 다진 파와 겨자를 곁들여 먹던 습관이 현재까지 남아 있습니다.

16. 도야마 블랙 라멘(도야마)

블랙 라멘

이름에 걸맞게 쇼유(간장) 베이스의 새까만 국물에 후추로 맛을 낸 라멘. 1945년 대공습에 휘말린 도야마 시내의 부흥 사업에 뛰어들어 땀 흘려 일하던 노동자들의 염분 보충을 위해 고안된 음식입니다. 흰쌀밥과 잘 어울리도록 큼직하게 썬 차슈(돼지고기 구이)와 특유의 식감을 가진 멘마(죽순)가 고명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짭조름한 맛 뒤에 숨겨진 감칠맛이 먹는 이를 사로잡습니다.

17. 노도구로 요리(이시카와)

노도구로

입속이 검어서 일본어로 ‘목구멍이 검다(노도구로)’라는 뜻의 이름이 붙은 흰살생선 눈볼대. 이시카와현 앞바다에서 널리 잡히며, 특유의 감칠맛과 높은 영양가로 대구나 넙치에 버금가는 고급 생선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생선회는 물론 소금구이나 찜요리로 조리해도 맛이 좋고, 건조시키면 풍미가 한층 더 깊어져 선물용으로도 추천합니다. 9월~10월경에 제철을 맞이합니다.

18. 사바스시(후쿠이)

사바스시

식초를 섞은 밥을 정방형 틀에 넣고 굳힌 것 위에 소금으로 절인 ‘사바(고등어)’를 올려 김발이나 천으로 모양을 잡은 후 다시마로 감싼 것을 대나무 껍질로 다시 한 번 감싼 스시 요리. 후쿠이현 오바마시는 동해에서 잡힌 생선을 바다가 없는 교토로 유통하던 길인 ‘사바 가도(鯖街道)’의 시발점이기 때문에 사바스시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장소입니다. 초절임 사바스시나 구운 사바스시 등 여러 종류가 있으니 취향에 맞는 요리를 찾아 보세요.

19. 호토(야마나시)

호토

폭이 넓고 납작한 밀가루 면을 단호박과 파, 표고버섯 등의 채소와 함께 된장 베이스 국물에 넣고 끓여내는 전골 요리. 전국 시대의 무장 다케다 신겐이 전쟁 중에 군용식으로 채택했다는 역사가 전해지며, 이후 농민들이 주식 또는 대용식으로 즐겨 먹게 되면서 야마나시현의 향토 음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0. 신슈 소바(나가노)

신슈 소바

고랭지 농업에 적합한 곡물로 여겨져 예로부터 나가노현에서는 메밀 재배가 성행했습니다. 수도승이 휴대식으로서 메밀 열매를 들여온 것이 시초로, 당시에는 메밀가루를 반죽한 것을 덩어리째 삶는 ‘소바가키’를 주로 먹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늘게 썬 현재의 소바 면이 등장하고부터는 특별한 날에 일가친척들에게 대접하는 풍습이 생겨났습니다. 메밀가루 함유량과 면을 그릇에 담는 스타일은 물론, 먹는 방법 또한 다양합니다.

21. 히다규 스테이크(기후)

히다규 스테이크

광대한 대지와 깨끗한 물, 계절에 따른 더위와 추위, 밤낮의 기온 차 등 기후현의 자연환경이 키워내는 히다규는 일본 유수의 브랜드 소고기로,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상품만이 히다규로 인정받습니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육질과 입안에 퍼지는 풍부한 향을 최대한으로 만끽하려면 심플하게 스테이크로 음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카야마 시내를 비롯하여 기후현 각지의 음식점 등에서 맛볼 수 있습니다.

22. 사쿠라에비 가키아게(시즈오카)

사쿠라에비 가키아게

일본 내에서는 오직 시즈오카현의 스루가만(湾)에서만 어획되어 좀처럼 접하기 힘든 사쿠라에비(벚꽃새우). 그중에서도 유이 항구는 최대의 어획량을 자랑합니다. 사쿠라에비에 튀김 반죽을 묻혀 튀기는 ‘가키아게(튀김)’는 바삭한 식감과 사쿠라에비의 고소함이 돋보이는 요리로, 현 외 지역에서도 일부러 먹으러 찾아올 정도로 인기 메뉴입니다. 어획 시기인 3월 중순~6월 초순경, 10월 하순~12월 하순경에는 장시간 줄을 설 각오가 필요합니다.

23. 히쓰마부시(아이치)

히쓰마부시

찌지 않고 구운 장어 양념구이를 좁은 간격으로 썰어 작은 나무 밥통에 담긴 밥 위에 얹은 나고야 지역의 명물 요리. 처음 밥그릇에 덜어 먹을 때는 덮밥 그대로 맛보며, 두 공기째에는 와사비, 김, 파드득나물 등의 고명을 곁들여 먹고, 세 공기째에는 센차(일본 녹차의 한 종류) 또는 육수에 말아 먹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24. 마쓰사카우시 스키야키(미에)

스키야키

일본의 3대 와규 중 하나인 마쓰사카우시. 농후한 풍미와 향을 최대한으로 즐기려면 스키야키 요리로 맛볼 것을 추천합니다. 적당히 달궈진 철제 냄비에 슬라이스한 마쓰사카우시 소고기를 구워낸 후 설탕과 진간장, 육수로 만든 양념장을 첨가해서 고기 본연의 맛을 끌어냅니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고기를 먹고 난 다음에는 채소를 구워서 고기에서 배어 나온 지방이 어우러진 풍미 가득한 채소 맛을 느껴보세요.

25. 오우미규 요리(시가)

오우미규

오우미규는 ‘풍족한 자연환경과 물을 타고난 시가현 내에서 가장 오래 사육된 흑모 와규종’이라고 정의되며, 약 400년의 역사를 지닌 와규 브랜드 소고기입니다. 마쓰사카우시나 고베규와 견줄 만한 품질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가격대가 저렴하여 스테이크나 스키야키 등 다양한 요리로 부담 없이 맛보기 좋습니다.

26. 유도후(교토)

유도후

다시마 등으로 우려낸 뜨거운 육수 속에 두부를 넣은 전골 요리로 간장이나 폰즈 소스, 고명 등을 곁들여 먹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난젠지 절의 정진 요리에서 비롯되어, 절 주변에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유도후 음식점 등 여러 전문 식당이 있습니다. 요리 자체의 심플함이 교토 두부의 훌륭한 품질을 돋보이게 하는 명물 요리입니다.

27. 타코야키(오사카)

타코야키

육수를 섞은 밀가루 반죽 속에 문어와 고명을 넣고 직경 3~5cm 정도의 공 모양으로 구워내는 오사카의 명물 패스트푸드. 표면에 되직한 우스터소스를 바른 뒤 가쓰오부시, 김 가루 등을 토핑해 먹습니다. 거리 곳곳에 타코야키를 판매하는 전문점이 있으며, 직원이 전용 철판에서 타코야키를 굴려가며 굽는 모습은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입니다.

28. 고베규 스테이크(효고)

고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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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와규 브랜드 소고기인 고베규. 섬세하고 고급스러운 풍미가 느껴지는 살코기와 체온으로 녹을 정도로 융점이 낮은 지방질이 절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엄격한 기준을 충족시켜야만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일본의 소고기 소비 유통량 중 고베규의 비율은 불과 0.16% 정도입니다. 희소성에 걸맞게 가격은 비싸지만, 예로부터 무역항으로 번성했던 고베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끽하려면 우아하게 스테이크로 음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29. 가키노하 스시(나라)

가키노하 스시

식초를 섞은 밥 위에 고등어나 연어살을 얹은 후 살균 작용이 있는 나라현의 특산물 ‘가키노하(감잎)’로 감싼 스시 요리. 18세기경 나라와 이웃한 현인 와카야마현의 어부가 구마노나다 해역에서 잡은 고등어를 소금에 절여 바다가 없는 나라 지방에서 판매했더니, 마침 축제가 한창이던 현지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 그 이후로 여름부터 가을에 걸친 축제 기간에 먹는 특별한 음식이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30. 와카야마 라멘(와카야마)

와카야마 라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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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코츠 쇼유(돼지뼈・간장) 베이스 계열과 쇼유 베이스 계열로 크게 나뉘지만 양쪽 다 가늘고 곧은 면을 사용하며, 고명으로는 차슈, 가마보코(어묵), 멘마(죽순), 파만이 들어가 심플하면서도 소박한 맛이 납니다. 주문할 때 원하는 면의 삶기 정도를 고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위에서 언급한 두 계열 라멘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와카야마 라멘도 늘어나는 추세이니 여러 라멘을 맛보면서 맛을 비교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31. 마쓰바가니 요리(돗토리)

마쓰바가니

돗토리를 대표하는 겨울철 식재료인 마쓰바가니. 즈와이가니(대게) 중 크기가 큰 수컷을 ‘마쓰바가니’라고 부릅니다. 11월 상순부터 3월에 걸쳐 파도가 거친 겨울 동해 바다에서 어획이 이루어집니다. 커다란 껍데기 속에 꽉 찬 탄력 있는 게살은 삶아먹거나 구워 먹어도 맛이 좋습니다. 등딱지 속에 든 게장도 술이나 식사에 곁들여 드세요.

32. 이즈모 소바(시마네)

이즈모소바

일반적인 소바와 달리 비교적 색이 짙은 것이 특징인 이즈모 소바. 껍질이 붙은 메밀을 그대로 갈아 넣어 면을 뽑기 때문에 높은 영양가와 진한 향은 물론, 풍미와 식감 또한 훌륭합니다. 차가운 ‘와리고 소바’와 뜨거운 ‘가마아게 소바’ 등 두 종류가 있으며, 양쪽 다 간장 소스를 끼얹어 먹습니다. 이즈모타이샤 신사 근방이나 이즈모 시내에서 수많은 전문점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33. 쓰야마 호르몬 우동(오카야마)

호르몬 우동

오카야마현 북부의 쓰야마시는 예로부터 소와 말의 유통 거점으로 번성해 온 역사와 더불어 저렴하면서도 우수한 품질의 고기가 생산되는 지역입니다. 본래 쓰야마 호르몬 우동은 현지 주민들이 철판 요리인 ‘호르몬(곱창) 구이’에 우동을 함께 볶아 술자리의 마무리 식사로 즐겨 먹던 음식으로, 지역 부흥을 위한 선전 활동을 통해 점차 전국적으로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34. 굴(히로시마)

히로시마 굴

전국 1위의 굴 생산량을 자랑하는 히로시마현. 온화한 바람, 파도와 조류에 적당한 염분과 풍부한 플랑크톤 등 히로시마만(湾)의 이상적인 환경이 우수한 품질의 굴을 키워냅니다. 제철은 1~2월이지만 최근에는 여름철 굴도 등장하여 일 년 내내 굴을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될 정도로 굴 전문점이 많으며, 굴 본연의 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생으로 맛보는 것이 좋습니다.

35. 후구 요리(야마구치)

복어 요리

먼 옛날부터 ‘후구(복어)’ 산지로 유명한 시모노세키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복어 취식 금지령이 철회된 장소이기도 합니다. 1888년에 금지령이 철회된 이후, 투명할 정도로 얇게 뜬 복어회를 아름답게 플레이팅 하는 기술과 독이 든 부위를 제거하는 기술이 발달하여 시모노세키는 복어의 성지로 명성을 떨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는 고급 생선으로 알려진 복어를 부담 없이 복어회나 전골 등의 대표적인 요리들과 더불어 다양한 조리법으로 맛볼 수 있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36. 도쿠시마 라멘(도쿠시마)

도쿠시마 라멘

국물 색에 따라 다(茶)색 계열, 황색 계열, 백색 계열 등 크게 3종류로 나뉘는 도쿠시마의 명물 라멘. 현지에서는 ‘중화 소바’ 또는 짧게 ‘소바’라 불립니다. 가늘고 곧은 면과 더불어 돼지고기 삼겹살, 숙주나물, 날달걀 등 포만감 있는 토핑이 특징입니다. 밥과 같이 먹는 경우가 많아서 라멘 자체의 양이 적은 편입니다.

37. 사누키 우동(가가와)

사누키 우동

우동 소비량이 일본에서 가장 많은 가가와현에는 곳곳에 우동 전문점이 있어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사누키 우동의 특징은 발로 밟아 반죽해서 생기는 탱탱한 면발의 탄력. 우동 소스는 깊은 감칠맛이 느껴지는 멸치육수로 맛을 냅니다. 가케우동, 붓카케우동, 자루우동, 가마아게 우동 등 다양한 형태의 우동이 존재하는 점도 특징 중 하나입니다.

38. 다이메시(에히메)

다이메시 도미밥

도미 양식이 번성한 에히메현. 도미로 만드는 다양한 요리 중에서도 특히 다이메시는 대표 격인 음식입니다. 도미를 통째로 질냄비나 가마에 넣고 쌀밥과 함께 쪄내는 다이메시(도미밥)는 이마바리시와 마쓰야마시의 향토 요리로 유명합니다. 같은 다이메시라도 지역마다 조리법에 차이가 있는데, 그중 에히메현 남부 지방의 우와지마시에서 즐겨 먹는 다이메시는 어부들 사이에서 탄생한 것으로, 도미회를 특제 양념장에 재운 뒤 고명과 한데 섞은 것을 밥 위에 얹어 먹는 요리입니다.

39. 가쓰오타타키(고치)

가쓰오 타타키

가다랑어로 만든 생선회의 일종. 신선한 가다랑어를 준비한 뒤 비늘을 제거하고 5장 뜨기로 손질해서 표면만을 살짝 구운 후 두께감 있게 썰어 마늘과 생강, 파 등의 고명을 듬뿍 얹어 맛보는 요리로, 어부들이 즐겨 먹던 음식이라고 합니다. 그을린 표면의 고소함과 부드러운 속살의 식감이 절묘한 조화를 자아냅니다. 고치현 도사시가 발상지라 ‘도사즈쿠리’라는 별명으로도 불립니다.

40. 모츠나베(후쿠오카)

모츠나베

소 곱창 또는 돼지 곱창이 주재료인 전골 요리. 종전 후 탄광촌에서 일하던 조선인 노동자들이 알루미늄 냄비에 곱창과 부추를 구워 간장을 곁들여 먹은 것이 시초였다고 전해집니다. 후쿠오카시 주변에는 수많은 모츠나베 음식점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하카타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콜라겐이 듬뿍 들어 있어 미용에도 좋습니다.

41. 요부코이카 요리(사가)

요부코이카

대한 해협 쪽으로 돌출한 히가시마쓰우라 반도의 북단에 자리한 요부코초는 연안 어업인 ‘이카(오징어)’잡이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온도 변화에 취약한 오징어는 신선도가 생명이기 때문에 요부코에서는 오징어잡이 배에서 곧장 음식점 수조로 오징어를 운반하여 훌륭한 신선도의 활오징어회를 제공합니다. 접시 위에서 꿈틀대는 투명한 요부코의 오징어를 꼭 맛보세요.

42. 나가나키 짬뽕(나가사키)

나가사키 짬뽕

한국의 일반적인 짬뽕과 달리 매운맛이 없고 국물이 흰 것이 특징. 19세기 말, 나가사키현에서 중화요리 음식점을 경영하던 중국인이 근방의 동포들에게 저렴하면서도 영양가 있는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고향 푸젠성(福建省)의 음식을 바탕으로 고안해 낸 것이 시초라고 전해집니다. 국물은 돼지뼈와 닭뼈로 우려낸 것으로, 식초나 우스터소스를 뿌려 맛의 변화를 즐겨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43. 바사시(구마모토)

바사시

말고기를 얇게 썰어 열을 가하지 않고 날것으로 먹는 구마모토의 명물 음식인 바사시(말고기회). 약 400년 전, 임진왜란 중 일본 무사들이 식량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먹은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쿠마모토는 말고기 생산량・소비량 모두 전국 1위. 다른 고기에 비해 지방 함량이 적어 건강에 좋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44. 도리텐(오이타)

닭 튀김

일본 제일의 닭고기 소비량을 자랑하는 오이타현의 인기 메뉴. 뼈를 발라낸 닭고기 살을 적당한 크기로 썰어 계란과 물, 밀가루로 만든 튀김 반죽을 묻힌 후 튀겨낸 튀김 요리의 일종으로, 채 썬 양배추 등의 생채소와 함께 먹습니다. 겨자를 곁들인 폰즈 소스나 초간장, 튀김 소스 등에 찍어 먹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45. 미야자키 지톳코(미야자키)

지톳코

예로부터 미야자키현과 가고시마현 일부 지역에서 사육되어왔으며, 1943년에는 국가 천연기념물로도 지정된 토종닭 ‘지톳코’를 대상으로 품종 개량을 거쳐 탄생한 현지 브랜드 닭고기 ‘미야자키 지톳코’. 광대한 부지 내에서 사육되기 때문에 육질에 탄력이 있어 씹으면 씹을수록 감칠맛이 배어 나오는 것이 특징입니다. 숯불에 구워냄으로써 지톳코 닭고기의 풍미가 한층 더 두드러집니다.

46. 구로부타 요리(가고시마)

가고시마 흑돼지

약 400년 전에 류큐(현재의 오키나와)에서 들여온 돼지가 기원이라고 전해지는 구로부타(흑돼지). 이후 영국 돼지인 버크셔 품종과의 교배에 의해 한층 더 맛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담백한 풍미와 탄력 있는 육질을 최대한으로 맛보려면 샤부샤부 요리를 추천합니다.

47. 소키소바(오키나와)

소키소바

메밀가루 없이 밀가루로만 만든 면을 돈코쓰 육수와 간장을 더한 국물에 말아 먹는 오키나와식 국수. ‘소키’란 오키나와 말로 돼지 등갈비를 뜻하며, ‘소키소바’는 돼지 등갈빗살을 올린 오키나와 소바를 가리킵니다. 본래 별도로 판매되던 소키를 오키나와 소바 위에 얹어 손님들에게 선보이자 인기를 끌어 정착한 요리라고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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